제9화

데보라

American Taboo 오클랜드에서 통가까지, 21일의 항해 · 연재 중
시리즈 소개

통가에서 처음 2주 동안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데 쓰였다. 현지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인이 몇 명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외웠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데보라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으로 쓴다. 실제 이름이 아니다.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모두 내가 붙인 것이다. 그 이야기를 나중에 해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그냥 데보라라고 하자.

데보라는 미국인이었다. 30대 초반. 말이 빠르고 판단이 빨랐다. 이 섬에 온 지 3년이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2년 계획이었는데 늘어났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 * *

데보라와 같이 일하는 날들이 늘었다. 그녀는 일을 잘했다. 나보다 많이 알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그 옆에서 따라가기 바빴다.

어느 날 저녁 우리는 해변 근처 가게에서 맥주를 마셨다. 여럿이 같이였다. 데보라가 나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뭐 하다 왔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별거 없었어요."

그 말이 나왔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었다. 데보라는 더 묻지 않았다. 대화는 다른 곳으로 흘렀다.

* * *

그날 밤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Ivan이 말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했다. 아들에게 회사를 주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사람이 준비돼야 하고, 세금이 준비돼야 하고, 법이 준비돼야 한다고 했다.

게이코의 목소리도 생각났다. 담담했던 목소리. 준비가 없었어요. 3년 만에 팔렸어요.

두 이야기는 달랐다. 그런데 같은 이야기였다. 준비한 것과 준비하지 않은 것. 그 차이가 모든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면서 걸었다. 길 옆에서 개가 따라왔다가 어느 지점에서 돌아갔다. 하늘에 별이 있었다. 요트 위에서 보던 별과 같은 별이었다.

다음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