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21일

American Taboo 오클랜드에서 통가까지, 21일의 항해 · 연재 중
시리즈 소개

통가에 온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나는 항해를 돌아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할 일이 없었다. 노트를 꺼냈다.

오클랜드에서 출발해서 21일 만에 통가에 도착했다. 그 21일 동안 Ivan이 한 말들을 적었다. 기억나는 것들을. 단편적이었다. 각각 따로따로였다.

3세대. 할아버지가 만들고 아버지가 키우고 내가 받아서 줬다. 그게 내 일의 전부였다.

10년이 걸렸다. 사람이 준비돼야 하고, 세금이 준비돼야 하고, 법이 준비돼야 해. 동시에 일어나는 게 아니야.

무서웠어. 근데 해야 했어. 내가 가지고 있으면 아들이 시작할 수 없으니까.

한국에도 그 제도 있을 거야. 찾아봐.

* * *

나는 그것들을 적다가 게이코의 말도 적었다.

준비가 없었어요.

3년 만에 팔렸어요.

Ivan 씨처럼 미리 했더라면.

두 사람의 말들을 나란히 놓으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Ivan의 말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침이었다. 게이코의 말은 후회가 아니었다. 증거였다. 나는 21일 동안 그 두 가지를 듣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한 채로.

* * *

비가 계속 왔다. 나는 노트를 덮었다가 다시 열었다.

아버지의 공장을 생각했다. 경기도 외곽. 플라스틱 부품. 직원 다섯 명. 20년 넘었다. 나는 그 공장에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 섬에서, 비가 오는 날, 노트 앞에 앉아서, 그 공장이 생각났다. 21일 항해를 같이 보낸 두 사람의 이야기가 왜 자꾸 거기에 닿는지를 알 것 같았다.

아버지는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준비라는 것을 생각조차 않고 있을까. 나는 몰랐다. 물어본 적이 없었다. 거기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회사가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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