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Taboo
오클랜드에서 통가까지, 21일의 항해 · 연재 중
시리즈 소개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통가는 생각보다 작았다. 아니,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좁았다. 섬이 여러 개였는데 내가 있는 곳은 메인 섬이었다. 오전에는 정해진 일을 했다. 오후에는 시간이 남았다.
오후를 보내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했다. 더워서 밖에 오래 있기가 어려웠다. 나는 주로 숙소에 있었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가끔 해변에 나갔다가 금방 돌아왔다.
* * *
일주일이 되던 날 저녁, 노트북을 열었다. 와이파이가 느렸다. 기다렸다가 검색창을 열었다.
한국 가업승계 세금. 그렇게 쳤다.
결과가 나왔다. 뉴스 기사들이었다. 법 개정 이야기, 공제 한도 이야기, 어느 기업의 사례 이야기. 나는 몇 줄을 읽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다. 가업상속공제, 사전증여, 승계 요건.
있었다. Ivan이 말한 것처럼. 한국에도 있었다. 제도가.
나는 창을 닫았다. 더 읽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읽을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
* * *
그날 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가에 도착하고 처음 거는 전화였다. 발신 버튼을 눌렀다가 끊었다.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이 너무 많았다. 잘 지내세요. 여기는 덥네요. 그리고 나서 뭘 말해야 할지. 공장은 어때요. 승계 준비는 하고 계세요. 그 말이 나올 것 같았다. 나와선 안 될 것 같았다. 아직은.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천장을 보았다. 선풍기가 돌았다. 바람 소리가 났다.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통가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