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도착 전날

American Taboo 오클랜드에서 통가까지, 21일의 항해 · 연재 중
시리즈 소개

항해 20일째 저녁이었다. 내일이면 통가에 도착한다고 했다. 마지막 밤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Ivan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와인을 꺼냈다. 특별한 날이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세 사람이 식탁에 앉았다. 게이코는 평소와 같이 조용했다. Ivan은 평소와 같이 말이 많았다. 나는 그 사이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Ivan이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했다. 아들에게 회사를 넘기던 날.

* * *

"사무실에 다들 모였어. 변호사, 세무사, 직원들 일부. 서류가 많았어. 사인해야 하는 것들이."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무서웠어."

나는 그 말이 의외였다. Ivan이 무서웠다고 말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종류의 사람처럼 보였다.

"왜요?"

"내가 30년 동안 그 회사였어. 그게 없어지는 거잖아. 나한테서. 근데 해야 했어. 내가 가지고 있으면 아들이 시작할 수 없으니까."

그가 잠깐 멈췄다.

"사인하고 나서 차에 탔어. 혼자 한 30분 앉아 있었어. 그리고 집에 갔지."

* * *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를 생각했다. 처음으로. 이 항해에서 아버지를 생각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경기도 외곽에서 작은 공장을 한다. 플라스틱 부품. 직원 다섯 명. 20년 넘었다. 나는 그 공장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따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냥 있는 것이었다.

Ivan의 이야기 안에서 나는 그 공장을 보았다. 처음 보는 것처럼.

아버지는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준비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나는 몰랐다. 물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왜 통가로 가는지도. Ivan도 게이코도 묻지 않았다. 이 배 안에서는 그런 것들을 굳이 묻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그날 밤에는, 말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잠깐 왔다.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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