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8일째였다. 날씨가 좋았다. 바람도 일정했다. 선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Ivan이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혼자 있을 때는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우리 회사 가치가 얼마인지 알아?"
그렇게 시작했다. 갑작스러웠다. 나는 책을 내려놓았다.
"모르죠."
"지금은 내 아들 회사니까 내 거 아니야. 그냥 알려주는 거야."
그는 숫자를 말했다. 유로화였다. 제법 큰 숫자였다. 기계 부품 회사라고 했는데, 나는 그 규모를 짐작하지 못했다. 좀 놀랐다. 그가 그것을 눈치챘다.
"작은 회사야. 독일에는 이런 회사 수만 개야."
* * *
그가 세금 이야기를 했다. 독일에서 사업을 승계할 때는 일정 조건을 갖추면 세금 혜택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조건들이었다.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사업을 계속 운영해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한다.
"한국은 어때?"
"모르겠어요."
나는 두 번째로 그 답을 했다. 한국에 그런 제도가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있을 것도 같고 없을 것도 같았다. 그냥 몰랐다.
"있을 거야. 어느 나라든 있어. 없으면 중소기업들이 다 사라지거든."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틀릴 여지가 없다는 투였다.
* * *
그날 저녁 그는 아들 이야기를 했다. 아들이 회사를 받은 날. 서류에 사인하는 날. 그 자리에 변호사가 있었고 세무사가 있었고 회사 직원들이 있었다. 오래 준비한 날이었다.
"10년 걸렸어. 준비하는 데."
10년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게 들렸다. 그냥 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왜 10년이나요?"
"사람이 준비돼야 하고, 세금이 준비돼야 하고, 법이 준비돼야 해. 동시에 일어나는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나는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귀에는 들어왔는데 이해는 되지 않았다. 그냥 많이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갈 곳이 없으니까 계속 들었다.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