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연재 · 제11화

바바우 (1)

검은 무대 위 작은 나무 상자를 둘러싸고 서로 등을 보고 선 네 남자

폭풍이 지나가자 북풍이 계속 분다.

배는 거의 제자리걸음, 하루에 오 마일, 십 마일씩밖에 전진하지 못한다.

사노트를 유지하던 배가 역풍을 만나니 거의 멈춘다.

지그재그로 가야 한다.

태킹, 방향을 바꾸며 조금씩 전진.

이반은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애드먼드에게도, 로이에게도 퉁명스럽게 군다.

나에게는 아예 말도 걸지 않는다.

출항 열엿새째부터 배 안에는 신분이 생긴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이렇게 그려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 *무대에 조명이 비추인다. 무대에는 네 명이 서로 등을 바라보고 있다. 작은 나무 상자 하나만 무대 위에 놓여 있다. 파도 소리가 조명 아래 낮게 깔린다.*

>

> **군주(이반)** — 상자 위에 올라서며. *(방백)* 이 배는 내가 만들었다. 칠 년이다. 여기서 내가 정한 게 법이다. 누구도 나에게 배 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나는 왕이고, 이 배는 내 왕국이다.

>

> **광대(애드먼드)** — 상자 주위를 돌며 웃는다. *(방백)* 나는 왕의 편이다, 왕이 웃을 때는. 나는 저 애의 편이다, 저 애가 힘들어할 때는. 어느 쪽도 진짜 편은 아니다. 나는 웃는 게 일이다. 웃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

> **인텔리(로이)** — 상자에서 조금 떨어져 서서, 나침반을 손에 쥐고. *(방백)* 나는 안다, 이게 옳지 않다는 걸. 나는 안다, 이게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나는 이 배에서 내릴 마음이 없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 그 거리가 내 자리다.

>

> **무지랭이 부르조아(나)** — 상자에서 가장 멀리, 뱃머리 쪽에. *(방백)* 나는 돈이 있다, 그런데 아무 힘이 없다. 나는 배울 게 있다, 그런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나는 도망 온 사람이고, 여기서도 또 도망칠 곳을 찾고 있다. 상자를 가진 사람은 이반이다. 나는 상자를 가져본 적이 없다.

>

> *네 개의 조명이 하나씩 꺼진다. 파도 소리만 남는다.*

상자 위에 올라선 회색 곱슬머리 남자, 조명 아래의 독백
상자 둘레를 돌며 웃는 백발 노인, 어느 쪽도 진짜 편은 아니다
나침반을 쥔 채 상자에서 떨어져 선 중년 남자,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한다
상자에서 가장 멀리, 뱃머리 쪽에 선 청년의 정면 클로즈업

요트는 좁다.

좁은 공간에서는 배역이 빨리 정해지고, 한번 정해진 배역은 잘 바뀌지 않는다.

어느 날 오후, 참다 못해 이반이 없을 때 몰래 라면을 끓인다.

물을 끓이고 라면을 넣는 순간, 이반이 나타난다.

살롱 주방에서 끓는 물에 라면을 넣는 민우와, 문간에 나타난 이반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너무 배고파서…"

"내가 뭐라고 했어! 내 주방은 안 된다고!"

목소리가 살롱 전체에 울린다.

애드먼드가 나오고 로이도 나온다.

"Ivan, 진정해…"

"진정하라고? 이 새끼가 내 규칙을 어겼어!"

이반이 손가락질한다.

살롱에서 손가락질하는 이반, 손을 펴 말리는 로이, 문간에서 팔짱을 낀 애드먼드

"배에서 내려!"

"…예?"

"다음 항구에서 내려! 더 이상 안 태워!"

정적.

파도 소리만 들린다.

로이가 나선다.

"Ivan. 우리 아직 항구에서 일주일은 떨어져 있어. 진정하고 얘기하자."

애드먼드는 거들지 않는다.

살롱 입구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본다.

웃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썹을 한 번 올렸다 내린다.

그것이 전부다.

이반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배에서 이반에게 소리를 듣지 않는 사람은 그 하나다.

"너희는 상관없어!"

이반이 소리치며 다가온다.

"너, 왜 내 배에 탔어? 뭐 하러 통가 가?"

대답하지 못한다.

뭐라고 말할까.

도망쳐 왔다고.

그 뒤에 붙일 말이 없다.

붙이고 싶지도 않다.

"대답 못 해?"

이반이 비웃는다.

"너 같은 놈들 많이 봤어. 인생 망친 놈들. 도망 다니는 놈들. 내 배를 피난처로 아는 놈들."

그 말이 가슴에 박힌다.

맞다.

도망 중이었다.

피난처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배는 피난처가 아니다.

또 다른 감옥이다.

그날 밤, 로이가 선실로 온다.

"괜찮아?"

"…네."

"Ivan 원래 저래. 혼자 사는 데 익숙해서."

"제가 잘못했어요."

"아냐."

로이가 한숨을 쉰다.

"나도 비슷한 경험 있어. 몇 년 전에 다른 요트 탔는데, 선장이 크루를 바다 한가운데서 내쫓으려 했어."

"…"

"권력이야. 배에서 선장은 왕이야. 법도 규칙도 다 선장이 만들어."

로이가 나를 똑바로 본다.

"근데 이거 알아?"

"…?"

"이게 미국이야."

"…미국요?"

"그래. 선의로 포장된 착취. 처음엔 좋게 말해. '함께 가자, 음식 나눠 먹자.' 근데 막상 배 타면? 규칙 바뀌어. 돈 내. 내 것 쓰지 마. 마음에 안 들면 나가."

로이가 쓴웃음을 짓는다.

"이반은 체코에서 넘어와 독일 사람이 된 거야. 근데 사는 건 미국식이야."

로이가 잠깐 말을 멈춘다.

"저 사람 열여덟에 국경 넘었다며. 그 나이에 남의 나라 가서 이십 년을 버틴 사람이 뭘 제일 무서워하겠어."

"…"

"무시당하는 거. 그거 한 번도 안 당하려고 평생 이 악물고 산 사람이야."

로이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런 사람이 자기보다 약한 사람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나도 몇 번 봤어."

그다음 날부터 알게 된다.

고개를 숙이고 시키는 대로 하면 이반의 얼굴이 풀린다.

잘한다고 등을 두드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한 번이라도 되묻거나 따지면, 그 얼굴이 그전보다 더 굳는다.

그가 견디지 못하는 것은 라면이 아니다.

대드는 것이다.

좌우 두 장면 — 고개를 숙인 민우의 어깨에 손을 얹은 이반, 그리고 고개를 든 민우와 그전보다 굳은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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