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현장 케이스

이토추는 어떻게 시작됐나 — 점원을 동업자로 본 상인 이토 추베와 삼방요시

2026-06-25 · 기업백년연구소
한 줄 답변

이토추 상사·마루베니의 시조 이토 추베는 17세에 전국 행상을 시작해 1872년 31세에 점원 7명으로 포목점을 열었고, 사망할 때는 점원이 100명에 이르렀습니다. 그 비결은 이익 3분제 — 이익을 셋으로 나눠 점원에게도 나눈 것이었습니다. 그는 점원을 고용인이 아니라 공동 경영자로 봤습니다. 이것이 800년 오미 상인의 정신 삼방요시, 곧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세상도 좋다"의 한 장면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ESG와 지속가능경영을 새로운 흐름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그 핵심 원리는 이미 250여 년 전 일본 상인들의 가훈과 삶 속에 있었습니다.

그 상인 집단이 오미(현 시가현) 출신의 오미 상인입니다. 12세기부터 등장해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하며 '일본 경영의 척추'로 불린 이들이지요.

1. 삼방요시 — 거래에 '세상'을 끼워 넣은 발상

삼방요시는 "파는 쪽도 좋고, 사는 쪽도 좋고, 세상에도 이롭다"는 이념입니다. 거래의 직접 당사자를 넘어, 그 거래가 세상에도 좋아야 한다는 제3자의 시각을 처음 도입한 것이 핵심입니다.

왜 오미 상인이 이런 보편 이념에 도달했을까요. 그들의 장사는 지연·혈연에 기댈 수 없는 봉건제하의 광역 행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낯선 타지에서 신뢰를 얻어 정착하려면, 단순 매매를 넘어 그 지역에 유용한 상인으로 평가받아야 했습니다.

그 절박함이 "세상도 좋다(世間よし)"라는 사회 인식을 낳았습니다. 삼방요시라는 말 자체는 후대의 집약이지만, 그 정신의 원전은 1754년 나카무라 지베에가 양자에게 남긴 편지에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하더라도 품위를 잃지 말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라."— 1754년 나카무라 지베에의 편지(『산포요시』 인용)

2. 이토 추베 — 점원을 동업자로 본 인재 경영자

이 정신을 사람으로 보여준 대표적 인물이 이토추 상사·마루베니의 시조 이토 추베입니다. 포목 도매상의 차남으로 17세에 행상을 시작한 그는, 1872년 31세에 오사카에 포목점 '홍충'을 점원 7명으로 열었습니다.

그가 남다른 점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오미 상인의 전통인 이익 3분제를 도입해 점원에게도 이익을 나눴고, 회의 제도를 두어 젊은 직원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진정한 자유가 있는 곳에 번영이 있다."— 이토 추베의 인재관(『산포요시』 제3장)

점원을 단순한 고용 관계가 아니라 사업의 공동 경영자로 존중한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이익공유제와 ESG의 'S(사회)'의 원형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3. 음덕선사 — 베풀어서 성공한 게 아니라, 베푸는 이념으로 살아남았다

오미 상인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은 음덕선사, 곧 남몰래 베푸는 선행입니다. 가교·학교 기증·토목 건축이 그 실천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과의 순서입니다.

"장사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음덕선사를 한 것이 아니라, 사리를 멀리 바라보는 삼방요시 이념 아래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장사에 성공한 것이다."— 『산포요시』 한국어판 저자 서문

나카이 겐자에몬은 자기자본 2냥과 차입 18냥으로 시작해 1796년 순자산 8만 7,255냥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부를 '일반 부자'와 '대를 이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자'로 구분하고, 후자를 지향했습니다. 베풂은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원인이었던 셈입니다.

4. 망한 가문이 주는 교훈 — 삼방요시를 잃으면 무너진다

『산포요시』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성공한 가문만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은 쇠퇴하고 도산한 가문도 함께 보여줍니다.

가문특징교훈
이토 추베이익 3분제·회의 제도사람을 동업자로 — 번영
니시카와(이불의 니시카와)1807년 가훈"귀해져도 값을 올리지 않는다" — 적정 이익
히로세 스케사부로일본생명 창업금융·인프라로 사회 기여
카도사카 젠타로분가와의 마찰로 쇠퇴"사치하는 자는 오래되지 않는다" — 반증
출처: 스에나가 쿠니토시(末永國紀), 『산포요시』(원제 오미 상인학 입문 — CSR의 원류, 조면기 옮김·김기백 감수) 제3장·제5장. 인물명·연도는 OCR·번역 편차가 있어 본문 색인과 대조했습니다.

5.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 자산이 아니라 가훈이다

가업승계를 앞둔 오너에게 이 가문들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800년을 이어온 것은 자산이 아니라 철학과 가훈이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삼방요시는 현대 ESG의 '원형이자 통하는 이념'이지, ESG 프레임워크 그 자체는 아닙니다. 책 역시 "통하는 경영이념이며 그 일본적 원류"라고 신중하게 표현합니다. "이미 ESG를 했다"는 단정보다 "원류이고 통한다"는 결을 지키는 것이 정확합니다.

기업백년이 가업승계 컨설팅에서 철학과 가훈을 빠뜨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 오너 고객의 회사가 100년을 이어가려면, 넘겨야 할 것은 지분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본 가문 이야기인데 한국 오너에게 와닿을까요?

가문 스토리를 그대로 옮기면 거리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회사 가훈으로 치면 무엇인가"라는 국내 오너 관점의 다리를 함께 놓습니다. 핵심은 일본이라는 배경이 아니라, '철학을 물려준 가문이 오래 살아남았다'는 패턴입니다.

Q. 기바루(気張る)는 무슨 뜻인가요?

시가 지역에서 쓰는 말로, 인사말 "오키바리야스"는 건강하게 일하는 것을 격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습니다. 단순한 노력을 넘어, 일하는 것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문화입니다. 1년에 약 4,000km를 걷던 봇짐 행상의 근면함이 그 구체적 모습입니다.

Q. 후계자가 무엇을 새로 만드는지도 다룬 책이 있나요?

있습니다. 『산포요시』가 '선대가 무엇을 물려주는가(철학)'라면, 함께 읽는 『가업승계는 최고의 벤처다』는 '받는 쪽 후계자가 무엇을 새로 만드는가(방법)'를 다룹니다. 철학과 방법을 한 세트로 읽으면 승계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박서율 — 기업백년 전속작가. 일본 오미 상인 가문의 800년 경영 철학을 한국 가족기업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케이스 시리즈를 전담한다. 이 글은 스에나가 쿠니토시의 『산포요시』 원전을 직접 정독하고, 인물·연도를 본문 색인과 대조해 1차 자료로 정리했다.
기업백년이 이 책을 펴낸 이유: 우리 오너 고객들이 자산만이 아니라 '물려줄 철학'을 정비하시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가업의 승계 준비 진단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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