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한 줄 · 짐 콜린스 · 비전과 승계

짐 콜린스 '위대한 기업으로' — 승계가 없으면 비전만 남는다

한 줄 핵심

콜린스는 'Built to Last'에서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창업자가 아니라, 탁월한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조직을 만드는 창업자가 위대한 기업을 남깁니다. 승계는 이 시계를 다음 세대에 넘기는 일입니다.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되, 전략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회사의 비전은 X입니다." 많은 중소기업 오너 경영자가 자신 있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 비전이 당신 없이도 조직 안에 살아있나요?"라고 물으면 대답이 달라집니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1994년 'Built to Last(위대한 기업으로)'에서 60년 이상 지속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핵심 발견은 이것이었습니다. 위대한 기업은 탁월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탁월한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구조 위에 서 있었습니다.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왜 더 나은가

"Building a visionary company requires one percent vision and 99 percent alignment."— 짐 콜린스·제리 포라스, Built to Last, 1994

콜린스는 'Built to Last'에서 위대한 기업 창업자를 '시계를 만드는 사람(clock builder)'으로 비유했습니다.

"The builders of visionary companies tend to be clock builders, not time tellers. ... Their primary accomplishment is the company itself and what it stands for."— 짐 콜린스·제리 포라스, Built to Last, 1994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은 자신이 있을 때만 유용합니다. 시계를 만든 사람은 자신이 떠난 뒤에도 시간이 흐르게 합니다. 가업승계 관점에서 이 비유는 직접적입니다. 오너 경영자 개인의 탁월함에 의존하는 기업은 오너가 빠지면 멈춥니다. 시스템과 문화가 있는 기업은 계속 돌아갑니다.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전략은 변한다

콜린스 연구에서 18개 비전기업과 18개 비교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비전기업들은 수십 년간 핵심 가치와 목적을 유지했지만, 구체적인 전략과 사업 관행은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바꿨습니다.

구분위대한 기업의 특성승계에 이식해야 할 것
핵심 가치(변하지 않음)왜 이 일을 하는가반드시 후계자에게 전달
목적(변하지 않음)우리 존재 이유반드시 후계자에게 전달
전략(변한다)어떻게 할 것인가후계자가 시대에 맞게 재설계
사업 관행(변한다)구체적인 운영 방식후계자 재량으로 변경 가능

가업승계에서 오너 경영자가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전략까지 고정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이렇게 해야 해"라고 강요하면, 후계자는 시대가 바뀌어도 과거 방식에 묶입니다. 핵심 가치만 이식하고, 전략은 후계자가 판단하게 하는 것이 콜린스의 통찰에서 나오는 교훈입니다.

비전기업은 승계에서도 달랐다

콜린스 연구에서 비전기업들은 1926년부터 1990년까지의 주식시장에서 비교 기업 대비 약 15배의 초과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 성과의 상당 부분은 복수의 세대에 걸쳐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한 결과였습니다.

존슨앤존슨의 크레도(Credo), 머크의 "질병을 정복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목적 등은 창업자 이후에도 수십 년간 의사결정 기준으로 작동했습니다. 후계자들은 이 가치를 흡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한국 중소기업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찾을 수 있습니다. 30~40년을 이어온 기업 중 성공적으로 2대에 넘어간 경우를 보면, 창업자의 핵심 가치(거래처와의 신뢰, 품질 기준, 직원 대우)가 2대에도 유지되면서 사업 방식은 달라진 경우가 많습니다.

승계가 없으면 비전은 어떻게 되는가

콜린스 연구에서 비교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창업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것입니다. 창업자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동안에는 성과를 냈지만, 창업자가 없어지거나 아이디어가 소진되면 기업도 흔들렸습니다.

승계를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두 가지 결과 중 하나를 맞습니다. 창업자가 떠난 뒤 기업이 급격히 약해지거나, 창업자가 떠나지 못하고 경영에 계속 개입하면서 후계자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콜린스의 언어로는 둘 다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에 머문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콜린스의 '핵심 가치'는 어떻게 문서화하나요?

콜린스는 핵심 가치를 5~6개 이하로 압축하고, 경영자가 그 가치를 위반하는 것을 거부하는 의사결정 사례로 구체화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추상적인 문구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렇게 했다"는 사례가 핵심 가치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Q. 콜린스 연구에서 가족 기업이 포함됐나요?

'Built to Last' 연구의 18개 비전기업 중 상당수가 창업 가문의 영향이 남아있는 기업이었습니다. 다만 연구의 초점은 가족 여부가 아니라, 핵심 가치와 구조가 세대를 넘어 유지되는지에 있었습니다. 가족 승계든 외부 영입이든, 핵심 가치 이식이 핵심입니다.

Q. 중소기업도 '비전기업'이 될 수 있나요?

콜린스의 연구 대상은 대기업이었지만, 원리는 규모와 무관합니다. 핵심은 크기가 아니라 지속성입니다. 명확한 핵심 가치, 그것을 이식받은 후계자,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전략이 있는 중소기업은 콜린스가 말한 비전기업의 원리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한가람 — 기업백년 출판사 편집 연구원. 경영 고전을 가업승계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담당으로, 드러커·버핏·콜린스 등 세계 경영 거장의 철학과 국내 중소기업 승계 현실을 연결하는 글을 쓴다. 기업백년 출판사에서 승계 관련 출판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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