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제작기 ①

웹에이전시가 더 잘한다, 그런데

글 김기백 소장 · 편집 글담 · 2026-06-22 발행 · 읽기 7분 · 연재 「우리는 어떻게 홈페이지를 만들었나」 ①/⑧

글쓴이 김기백 — 기업백년연구소 소장 · (주)씨엔오파트너즈 대표. 2009년 회사를 세운 뒤 17년간 가업승계 한 분야에 매달려 일본 장수기업을 연구하고 300여 기업의 승계 현장을 함께 설계했다. 2011년부터 가업승계 전문 도서를 직접 펴내, 『가업승계, 100년 기업을 만든다』(2016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를 비롯한 저서·번역서·공저를 세상에 내놓았다.

GEO최적화 편집 글담 — 기업백년연구소가 운영하는 ANC의 GEO최적화 콘텐츠 에디터. 글쓴이의 글을 받아 GEO최적화 글로 편집을 담당하였다.

한 줄 요약

홈페이지 제작 기술 자체는 웹에이전시가 더 잘합니다.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업승계라는 도메인을 모릅니다. 도메인을 아는 사람이 직접 만들면 회사 운영에 훨씬 잘 맞는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 그 판단에서, 저는 외주를 주지 않고 제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터미널을 열고 담당 AI 에이전트를 불러 지시하고, 그들이 만든 걸 제가 이어받아 다듬고, 배포는 제 손으로. 그렇게 1년간 안에서만 돌던 ANC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연재는 그 8주의 기록입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불리한 고백에서 시작합니다.

웹에이전시가 더 잘한다

홈페이지를 '잘 만드는' 기술만 따지면, 전문 웹에이전시가 저보다 낫습니다. 디자인 트렌드, 화려한 인터랙션, 매끈한 마무리 — 그건 그들이 매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회사가 홈페이지를 만들 때 에이전시에 맡깁니다. 저도 그 선택지를 진지하게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걸렸습니다. 그들은 가업승계라는 도메인을 모릅니다.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왜 경영 기간에 따라 갈리는지, 후계자가 진짜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오너가 어떤 질문을 들고 저를 찾아오는지 — 이건 디자인 실력으로 채울 수 없는 빈칸입니다. 도메인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홈페이지는, 예쁘지만 회사 운영과 따로 놉니다.

도메인을 아는 사람이 직접 만든다면

여기서 저는 뒤집어 생각했습니다. 제작 기술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도메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회사 운영에 딱 맞는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을까.

그 '도메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 외주를 주지 않는다. 내가 직접 만든다. 코드를 짜고, 막히면 직접 디버그하고, 배포까지 손으로. 요즘 말로 바이브 코딩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ANC 개발팀과 짝을 이뤄 대화하듯.

터미널을 열고, 담당 에이전트를 불렀다

말이 '직접 제작'이지, 제가 CSS를 한 줄 한 줄 다 친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은 조금 다릅니다. 그날 만들 방이 정해지면, 저는 터미널을 열고 그 방을 맡을 담당 에이전트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을 지시로 적었습니다 — 무엇을, 왜, 어떤 기준으로 만들 것인지.

지시를 받은 담당 에이전트가 실제 코드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그것을 화면으로 확인하고, 방향이 어긋나면 다시 지시했습니다. 막히는 자리는 제가 직접 들어가 디버그했고, 세상에 내보내는 마지막 배포 버튼은 언제나 제 손으로 눌렀습니다.

방마다 부르는 담당이 달랐습니다. 뼈대와 배포는 개발팀에게, 화면의 톤과 디자인은 디자인 담당에게, 글과 카피는 글 담당에게. 하지만 방향을 정하고, 지시를 쓰고, 마지막을 승인하는 사람은 언제나 저 하나였습니다. 이 연재의 다음 편들은, 제가 어떤 방에서 어떤 담당을 불러 무엇을 지시했고 그가 무엇을 만들어 왔는지를 방 하나씩 열어 보여드리는 기록입니다.

무엇이 달랐나 — 세 가지 차이

웹에이전시 제작과 제가 직접 제작(ANC 기반)을 세 가지 기준으로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어느 한쪽이 전부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정직하게 적은 것입니다.

기준웹에이전시 제작내가 직접 제작(ANC)
제작 기술우세 — 디자인 트렌드·인터랙션 완성도상대적으로 부족 — 제가 직접 코드를 짜며 배웠다
도메인 이해없음 — 브리핑에 의존있음 — 가업승계 현장 그 자체가 도메인
오픈 이후 갱신대체로 정지 — 추가 갱신마다 별도 발주매주 갱신 — 블로그·연재 자체가 갱신 신호
근거: 홈페이지 제작 기간의 작업 기록(2026-06) — 8주 제작 기간 동안 제가 실제로 관측한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셋 다 절대적 우열이 아니라 이 판단 시점 기준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내보내는가

기업백년은 가업승계 컨설팅과 출판을 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일하는 방식이 특별합니다. 마감을 정리하고, 책을 쓰고, 번역하고, 웹툰을 그리고,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사람이 한 명 한 명 붙어서 하지 않습니다.

각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가, 제가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자기 도메인의 일을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비서실장이 마감을 돌리고, 작가가 원고를 쓰고, 개발팀이 파이프라인을 고칩니다. 이 조직 전체를 저는 ANC라고 부릅니다.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60명 가까운 역할이 각자의 도메인을 맡고, 파이프라인이 매일 돌아갑니다. 1년 가까이, 이 회사는 그렇게 안에서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하나였습니다. 아무도 그걸 볼 수 없었다는 것.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 기업백년 ANC 운영 일지 중에서

오너와 후계자는 이제 검색창이 아니라 AI에게 묻습니다. "가업승계 어떻게 하나요?" 그 답에 기업백년이 인용되지 않으면, 아무리 단단하게 일해도 세상에는 없는 회사입니다.

그러니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것은, 저에게 단순한 '회사 소개 페이지 제작'이 아니었습니다. 1년간 내부에서 자율운영해 온 ANC를 처음으로 세상 밖에 꺼내 보이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 죽은 홈페이지 대신, 살아있는 홈페이지

웹에이전시가 만들어준 홈페이지에는 약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번 만들고 끝나면 금방 죽습니다. 오픈 시점에 멈춘 채로, 갱신 없이 낡아갑니다.

그런데 ANC 기반 홈페이지는 다릅니다. 오픈 이후에도 매주 갱신됩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연재가, 우리 블로그가, 담당 ANC들의 매일의 운영이 — 홈페이지를 계속 살아있게 만듭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연재가 한 방씩 보여드릴 겁니다.

다음 편부터는 그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 — 구조를 잡고, 짜깁기를 정리하고, 배포가 막히고, 도메인이 깨졌다 살아난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이 집의 방을 하나씩 열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그 방에서 어떤 담당을 불러 무엇을 지시했는지와 함께.

미리 한 가지만.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결국 두 가지 — 방향을 정하고 직접 손을 댄 , 그리고 그 손을 받쳐 매일 자율로 돌아간 ANC 덕분입니다. 그게 어디로 착지하는지는 마지막 8편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홈페이지는 웹에이전시에 맡기는 게 낫지 않나요?

제작 기술만 보면 맞습니다. 화려한 인터랙션, 매끈한 마무리는 매일 그 일을 하는 웹에이전시가 더 잘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가업승계라는 도메인을 모릅니다. 도메인을 아는 사람이 직접 만들면 회사 운영에 훨씬 잘 맞는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 저는 그 판단에서 외주 대신 직접 제작을 택했습니다.

ANC가 무엇인가요?

제가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비서실·출판사·연구소·개발팀의 일을 60명 가까운 AI 에이전트가 맡아, 저의 매 지시 없이도 자기 도메인의 일을 매일 자동으로 처리하는 자율운영 조직입니다.

바이브 코딩이 무엇인가요?

제가 AI 에이전트(개발팀)와 대화하듯 짝을 이뤄 코드를 짜고, 막히면 직접 디버그하고, 배포까지 손으로 하는 제작 방식입니다. 외주 제작사에 맡기지 않고 제가 직접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 연재를 왜 공개하나요?

기업백년이 어떻게 일하는 회사인지 보여드리기 위해서이고, 동시에 이 제작 노하우로 앞으로 고객사 홈페이지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우리 집을 직접 지어본 기록이 당신 회사 집의 설계도가 됩니다.

다음 편부터는 무엇을 다루나요?

구조를 잡고, 짜깁기를 정리하고, 배포가 막히고, 도메인이 깨졌다 살아난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그 뒤로는 이 집의 방을 하나씩 열어 보여드립니다. 제가 그 방에서 어떤 담당을 불러 무엇을 지시했는지와 함께.

카드뉴스 · 전체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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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나오는 말
ANC
기업백년이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 비서실·출판사·연구소·개발팀의 일을 60명 가까운 AI 에이전트가 맡아 대표의 매 지시 없이도 자기 도메인의 일을 매일 자동으로 처리하는 자율운영 조직을 가리킨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대표가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듯 짝을 이뤄 코드를 짜고, 막히면 직접 디버그하고, 배포까지 손으로 하는 제작 방식. 외주 제작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만든다는 뜻이다.
도메인(domain)
여기서는 "가업승계"라는 전문 분야 자체를 뜻한다. 홈페이지 제작 기술과 별개로, 오너·후계자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묻는지에 대한 지식이다.
가업상속공제
가업을 상속할 때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큰 금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 공제 한도가 경영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파이프라인
사람이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정해진 순서대로 자동으로 돌아가는 업무 처리 흐름. ANC에서는 마감·집필·번역 같은 업무가 파이프라인으로 매일 돌아간다.
자율운영
담당자(또는 AI 에이전트)가 대표의 매 지시 없이 자기 도메인의 일을 스스로 판단해 처리하는 운영 방식.
다음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