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백년연구소 남태평양 요트세일링 · 원문 그대로
남태평양 요트세일링 · 금요일 연재 · 14화

14화. 담배 한 갑의 아침

푸른 낙타 작 · 연작소설

그날 밤, 나는 그 규칙을 제대로 배운다.

투페누를 팔았던 호객꾼이 친구를 네다섯 명 데리고 온다. 다들 웃는 얼굴로, 뭔가를 기대하는 얼굴로 게스트하우스 앞에 모인다. "양주 더 있어?" 없다. 잭 다니엘은 한 병뿐이었고, 그건 이미 투페누와 바꿨다. "담배는?" 그 말에 남자들의 눈이 반짝인다. 말보로 두 보루가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제안이 온다. 여럿이 번갈아 말한다. "내일 아침, 해 뜨기 전에 바다에 나가. 크레이피시 잡아올게." "코코넛 크랩도." "랍스터. 큰 거." 담배 한 갑에 해산물을 매일 가져다주겠다는 딜이다. 손가락으로 셈을 해본다. 한 보루가 열 갑, 두 보루면 스무 갑. 스무 날 치의 아침이다.

"딜."

다음 날 새벽, 아직 어두울 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나가보니 봉지 가득 크레이피시와 코코넛 크랩과 랍스터가 담겨 있다. 몇 마리는 아직 살아서 봉지 안에서 꿈틀거린다. 밤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것들이다. 짠 냄새와 비린 냄새가 새벽 공기에 섞인다. 담배 한 갑을 건넨다. 남자가 그것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맨발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게스트하우스 주방을 빌린다. 큰 냄비에 물을 올리고, 삶고, 찌고, 굽는다. 버터와 마늘과 바다의 냄새가 주방에 가득 찬다. 그 냄새가 복도를 타고 게스트하우스 전체로 퍼진다. 잠시 후 방문이 하나씩 열린다. 손님들이 냄새를 따라 하나둘 주방으로 나온다. 뉴질랜드에서 온 노부부, 독일 배낭여행자, 영국 남자 둘. 아무도 사양하지 않는다. 접시를 들고, 맥주를 들고, 식탁에 둘러앉는다. 21일간 감자와 통조림 햄만 먹던 입에, 이제는 아침마다 랍스터가 들어온다.

그 뒤로 매일 아침 해산물이 온다. 해가 뜨기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 봉지 가득한 바다, 담배 한 갑. 스무 날 치의 아침이 담배 두 보루 안에 들어 있다.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 할 환율이다. 담배 한 갑으로 열 사람이 아침을 먹는다.

아침 식탁은 매일 잔치가 된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접시를 들고 모여 앉고, 어제 온 사람이 오늘도 오고, 새로 든 손님이 냄새를 따라 문을 연다. 국적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통하는 말은 절반쯤이지만, 크레이피시 껍질을 까는 손과 맥주를 따르는 손 사이에 말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21일간 이반의 배에서 하루 십 달러를 내고 감자와 통조림 햄을 먹던 것을 생각하면, 이 아침들은 거의 비현실적이다. 담배 한 갑이 이렇게 큰 것을 살 수 있다는 것. 도망쳐 온 끝에 닿은 섬에서, 내가 남에게 무언가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

호주에서 온 남자가 있다. 스킨스쿠버를 하러 왔다고 한다. 해산물 파티 세 번째 날, 그가 웃지 않으며 말한다. "매일 이렇게 뿌리고 다니면 뭐가 좋아?" 손에는 내가 삶은 크레이피시를 들고 있다. 그걸 먹으면서 그렇게 묻는다. "어디서 왔는데?" "한국이요." 그가 코웃음을 친다. "한국 사람이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무시한다. 대꾸할 말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대꾸할 필요를 못 느껴서다. 다음 날 아침에도 그는 식탁에 앉는다. 크레이피시를 먹으면서, 또 비슷한 말을 흘린다. 공짜로 먹으면서도 표정은 불쾌하다. 베푸는 쪽이 자기가 아니라 아시아인이라는 것, 그게 그에게는 견딜 수 없는 풍경이다. 백인 관광객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남자가 이 식탁의 주인이라는 것. 그 사실이 그의 입맛을 상하게 하는 모양이다.

그 남자를 보면 배 위의 이반이 떠오른다. 규칙을 자기가 쥐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베푸는 자리에 자기가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호주 남자에게 이 식탁은 뒤집힌 세계다. 아시아에서 온 남자가 백인들에게 아침을 먹이는 세계. 그가 불쾌한 것은 크레이피시가 아니라 그 순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 날 아침, 그의 접시에도 어김없이 크레이피시를 올려놓는다. 어제와 똑같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는 먹는다. 아무 말 없이. 접시가 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말로 이길 필요가 없다. 접시 위의 크레이피시가 이미 다 말하고 있다. 매일 아침, 그의 앞에 놓이는 그 붉은 껍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