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밤 열 시. "Your watch. 10 to 2." 로이가 깨운다. 내 차례다. 밤 열 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네 시간 망보기.
당직은 시간표로 정해져 있다. 저녁 여섯 시부터 열 시까지 로이, 밤 열 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나, 새벽 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 이반 또는 애드먼드. 네 시간씩, 하루 세 번.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새벽 두 시가 되어도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다. 두 시 반, 세 시, 세 시 반. 이반은 나타나지 않는다. 애드먼드도. 그가 가끔 올라와 "Oh, you're still here? Poor boy!" 하고 웃으며 "I'll take over… in a bit." 한다. 그리고 다시 내려간다. 'a bit'은 오지 않는다. 결국 새벽 여섯 시까지 혼자 선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한국 병원에 '태움'이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마음에 안 드는 신입에게 야간 근무를 몰아주는 것. 이건 그거랑 똑같다.
낮 동안 이반과는 사이가 편치 않다. 얼굴을 마주치기 싫은 날들이 있다. 인종차별도 피하고 싶다.
처음 갑판으로 올라간 밤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파도 소리만 들렸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삼십 분이 지나자 눈이 적응했다. 그때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천 개, 수만 개, 수십만 개.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별들. 서울의 하늘은 늘 뿌옇다. 별은 열 개쯤 보이면 많이 보이는 거였다. 여기는 다르다. 하늘 전체가 별이고, 별과 별 사이의 틈이 오히려 적다.
"저거 봐." 로이가 가리켰다. "남십자성." 네 개의 별이 십자가를 만든다. "북반구에서는 안 보여. 남반구에만 있어." "저거 보고 가면 돼. 북쪽으로." 로이가 키를 넘겨줬다. "Compass는 330도 유지. 저 별 향해서. 힘들면 불러." 그리고 내려갔다.
혼자, 바다 한가운데. 360도 사방이 어둠, 하늘에는 별, 발밑에는 배. 키를 잡는다. 컴퍼스 바늘은 330도, 남십자성은 정면, 바람은 뒤에서 밀어준다. 배는 순항 중, 4노트.
무서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 안에 다른 것이 섞여 들어온다. 고요함, 평화, 그리고 이상하게도 자유. 나중에 읽게 될 무아테시에의 글이 있다 — "My real log is written in the sea and sky; it can't be photographed or described. Only the wake of the boat, the sound of the water against the hull, the silence between the wind and the waves—that is the real record." 그때는 이 말을 몰랐지만 느꼈다. 선체를 때리는 물소리, 돛을 스치는 바람소리, 배와 나 사이의 침묵. 그것만이 진짜였다.
며칠 운전을 해보니 여유가 생긴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기도 하고, 잠시 핸들을 놓고 주방에 내려가 물을 데워 차를 마시기도 한다. 맑은 밤엔 남십자성을 보며 노래도 부른다. 고래고래. 바다에는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노래가 나온다. 김광석. "또 하루 멀어져간다…" 대학교 앞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김광석 노래로. "그리운 사람아…" 눈물이 흐른다. 학생운동. 지영과의 사랑. 군대 탈락. 비자 거절. 숙영과의 결혼. 이혼. 벤처. 도망. 어디서부터였을까. "네가 없는 거리…" 별들이 눈물 때문에 흐려진다. 남십자성은 여전히 거기 있다. 북쪽, 통가, 한국에서 가장 먼 곳.
열하루째, 이반이 말한다. "미네르바 리프 지나간다." 지도에는 점 하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다. 수중 환초, 만조 때는 완전히 물에 잠긴다. 육지도, 섬도, 바위도 없다. 그냥 바다 한가운데 얕은 곳. 그것뿐이다. "여기가 어디야?" 로이에게 묻는다. "어디도 아니야." 로이가 웃는다. "그래서 완벽해." 360도 수평선이 원을 그린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선, 끊어지지 않는 원. 그 안에 배 하나, 사람 넷. 그것뿐이다. 애드먼드가 갑판으로 올라와 수평선을 보며 말한다. "Beautiful, isn't it? Nothing here. Absolutely nothing. Just us and the sea." 잠시 진지해 보이다가 곧 웃는다. "Perfect place to dump a body! Ha!" 자기 농담에 자기가 웃는다.
그 무렵, 이반의 지갑이 사라진다. "누가 봤어?" 아무도 못 봤다. 이반이 애드먼드와 로이에게 묻는다. 나에게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날 밤 애드먼드가 속삭인다. "이반이 너 의심해." "…저요?" "응. 분실 소식을 너한테만 안 알렸어." 다음 날 아침, 이반이 자기 시트 사이에서 지갑을 찾는다. 갑판으로 올라와 애드먼드와 로이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아무 말도 없다.
바람이 멈춘다. 돛이 축 늘어지고 배가 멈춘다. 오일 시. 무풍지대. 기름을 부은 것처럼 바다가 고요하다. 파도도 물결도 없다. 거울 같다. 무아테시에가 쓴 글이 있다 — "I hate storms, but calms undermine my spirits." 폭풍은 무서웠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고요였다. 고요할 때 생각이 많아진다.
사흘,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물이 부족해지기 시작한다. 사방이 물인데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다. 이반이 배급을 시작한다. 하루 2리터. 씻는 것은 금지. 애드먼드가 농담을 던진다. "At least we'll all smell the same! Democratic stink!" 혼자 웃는다. 아무도 웃지 않는다.
사흘째 밤,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약하게, 하지만 분명히. 돛이 펄럭이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반이 갑판으로 올라와 하늘을 살피더니 일어선다. "됐다. 간다." 그런데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기압계를 두드려 본다. 숫자를 두 번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