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연재 · 제3화

오, 캡틴 마이 캡틴 (회상)

팡가레이 부두, 자기 배 앞에 서서 담배를 마는 선장 이반

팡가레이에서 배를 찾은 지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애드먼드와 나는 낮이면 마리나를 돌고, 저녁이면 세일러들이 모이는 펍에 앉아 있었다.

볕에 그을린 얼굴들 사이에서, 우리는 아직 아무 배에도 속하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애드먼드는 비자가 끝나가고 있었고,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시간은 둘 모두에게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마리나를 걷던 애드먼드가 걸음을 멈추고 한 남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 봐."

부두 한쪽, 자기 배 앞에 선 남자가 있었다.

나이는 쉰이 넘어 보였다.

키는 나보다 한 뼘 가까이 작았는데, 그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서 있었다.

어깨가 두껍고 목이 짧고, 가슴이 앞으로 나와 있었다.

밝은 회색 머리가 심하게 곱슬거려 바람에도 눌리지 않았다.

볕에 그을려 가죽처럼 된 얼굴에, 미간에 세로 주름이 두 줄 깊게 파여 있었다.

웃지 않는 동안에는 누구에게든 화가 나 있는 얼굴이었다.

옷은 항구에 나올 때만 입는 선장 티였다.

손으로는 종이에 담배를 말고 있었다.

손끝이 익숙해서 보지 않고도 말았다.

걸음걸이부터 배에서 평생을 산 사람의 것이었다.

누가 봐도 선장이었다.

이반이었다.

곱슬거리는 회색 머리와 가죽처럼 그을린 얼굴, 미간에 두 줄 주름이 파인 선장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다가가 외쳤다.

"Captain, oh my Captain!"

부두를 가로질러 다가가며 선장을 향해 외치는 청년

죽은 시인의 사회,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학생들이 선생에게 바치던 말이었다.

왜 하필 그 말이 먼저 입에서 튀어나왔는지는 나도 몰랐다.

이반이 말던 담배를 손에 든 채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말던 담배를 손에 쥔 채 고개를 돌리는 이반

"하하! 영화 봤구나!"

미간 주름이 펴지며 호탕하게 웃는 이반

영어에 독일어 억양이 굵게 얹혀 있었다.

그 한마디에 미간의 주름이 펴졌다.

선장이라 불리는 것을, 그렇게 불러주는 낯선 청년을 반기는 얼굴이었다.

자기 자리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난 얼굴.

소리를 듣고 애드먼드도 다가왔다.

"얘, 며칠 전에 만났어요. 같이 배 찾고 있어요."

이반이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배 찾아? Crew?"

"네!"

나와 애드먼드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음…"

이반이 다 만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았다.

연기가 천천히 올라가 바람에 흩어졌다.

"3개월 뒤에 통가 가는데."

담배를 문 채 3개월 뒤 통가행을 꺼내는 선장과 굳어지는 두 청년

"통가요?"

"남태평양. 3주 걸려. 관심 있어?"

심장이 뛴다.

"태워주실 수 있나요?"

"밤에 망 볼 수 있어?"

"배울 수 있습니다."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반이 담배를 문 채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배를 탈 만한 몸인지, 삼 주간 바다 위에서 짐이 될 사람인지 재는 눈이었다.

매듭 하나 묶을 줄 모르는 아시아 청년을, 자기 배에 태울지 말지를 저울질하는 눈.

그 눈길을 견디며 서 있었다.

한참 만에 이반이 웃었다.

나쁜 웃음은 아니었다.

담배를 문 채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 재는 선장의 눈

"좋아. 3개월 뒤에 와. 5월."

"감사합니다!"

나는 애드먼드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배를 구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에게 갈 곳이 하나 생기는 순간이, 그렇게 담배 연기 속에서 지나갔다.

그 배가 어떤 배인지, 그 선장이 어떤 사람인지, 삼 주간의 바다가 무엇인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 것이라고는 그 남자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봤다는 것, 그리고 나를 태워주기로 했다는 것뿐이었다.

배를 타본 적도, 바다를 건너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무섭지 않았다.

무서운 건 오히려 여기 남아 있는 것이었다.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로 이 항구에 붙박이는 것.

헤어지기 전에 이반이 자기 배를 턱으로 가리켰다.

부두 저쪽 끝, 다른 배들 사이에 낀 요트 한 척.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크지도 않았고, 새것도 아니었다.

저 배를 타고 삼 주 동안 남태평양을 건넌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반은 그 배를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회사를 굴리면서 저녁마다 손을 댔고, 칠 년이 걸렸다고.

다 만든 뒤에야 회사를 넘기고 배로 옮겨 탔다고.

그 말을 할 때 이반의 얼굴에는 다른 어떤 말을 할 때와도 다른 것이 스쳤다.

자기가 만든 것을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부두 저쪽 끝, 배들 사이에 낀 작고 낡은 요트를 턱으로 가리키는 이반

부두를 걸어 나오며 애드먼드가 어깨를 툭 쳤다.

"됐다. 우리 통가 간다."

그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배 한 척과, 선장 하나와, 삼 개월 뒤의 출항.

그것만으로 두 사람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그날 밤, 피터에게 전화했다.

"배 구했어요!"

"진짜? 축하해!"

"고맙습니다. 피터 덕분이에요."

"뭘. 네가 한 거지."

"언제 출항이에요?"

"3개월 뒤요. 5월."

"그럼 그때까지 뭐 할 건데?"

"…차 타고 뉴질랜드 한 바퀴 더 돌까 해요. 마지막으로."

피터가 웃었다.

"좋아. 시간 맞춰서 와. 내가 팡가레이까지 데려다줄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서 있었다.

3개월 뒤, 5월.

통가.

남태평양.

이름만 들어본 곳들이었다.

5월이 되면 저 배를 타고 뉴질랜드를 떠난다.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섬을, 이 땅을 눈에 담을 시간이.

전화를 끊고 그대로 서 있는 뒷모습 — 5월, 통가, 남태평양이라는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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