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백년연구소 남태평양 요트세일링 · 원문 그대로
남태평양 요트세일링 · 금요일 연재 · 03화

3화. 오, 캡틴 마이 캡틴 (회상)

푸른 낙타 작 · 연작소설

팡가레이에서 배를 찾은 지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애드먼드와 나는 낮이면 마리나를 돌고, 저녁이면 세일러들이 모이는 펍에 앉아 있었다. 볕에 그을린 얼굴들 사이에서, 우리는 아직 아무 배에도 속하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애드먼드는 비자가 끝나가고 있었고,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시간은 둘 모두에게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마리나를 걷던 애드먼드가 걸음을 멈추고 한 남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 봐." 부두 한쪽, 자기 배 앞에 선 남자가 있었다. 마도로스 모자를 눌러쓰고, 옅은 바닷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입에는 시가를 물고 있었다. 나이는 쉰이 넘어 보였다. 검은 머리, 다부진 체구, 볕에 그을려 가죽처럼 된 얼굴. 걸음걸이부터 배에서 평생을 산 사람의 것이었다. 누가 봐도 선장이었다. 이반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다가가 외쳤다. "Captain, oh my Captain!"

죽은 시인의 사회,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학생들이 선생에게 바치던 말이었다. 왜 하필 그 말이 먼저 입에서 튀어나왔는지는 나도 몰랐다. 이반이 시가를 문 채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영화 봤구나!" 그 한마디에 남자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선장이라 불리는 것을, 그렇게 불러주는 낯선 청년을 반기는 얼굴이었다. 자기 자리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난 얼굴.

소리를 듣고 애드먼드도 다가왔다. "얘, 며칠 전에 만났어요. 같이 배 찾고 있어요." 이반이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배 찾아? Crew?" "네!" 나와 애드먼드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음…" 이반이 시가를 깊게 빨았다. 연기가 천천히 올라가 바람에 흩어졌다. "3개월 뒤에 통가 가는데." "통가요?" "남태평양. 3주 걸려. 관심 있어?"

심장이 뛴다. "태워주실 수 있나요?" "밤에 망 볼 수 있어?" "배울 수 있습니다."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반이 시가를 문 채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배를 탈 만한 몸인지, 삼 주간 바다 위에서 짐이 될 사람인지 재는 눈이었다. 매듭 하나 묶을 줄 모르는 아시아 청년을, 자기 배에 태울지 말지를 저울질하는 눈. 그 눈길을 견디며 서 있었다. 한참 만에 이반이 웃었다. 나쁜 웃음은 아니었다. "좋아. 3개월 뒤에 와. 5월." "감사합니다!" 나는 애드먼드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배를 구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에게 갈 곳이 하나 생기는 순간이, 그렇게 시가 연기 속에서 지나갔다. 그 배가 어떤 배인지, 그 선장이 어떤 사람인지, 삼 주간의 바다가 무엇인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 것이라고는 그 남자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봤다는 것, 그리고 나를 태워주기로 했다는 것뿐이었다. 배를 타본 적도, 바다를 건너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무섭지 않았다. 무서운 건 오히려 여기 남아 있는 것이었다.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로 이 항구에 붙박이는 것.

헤어지기 전에 이반이 자기 배를 턱으로 가리켰다. 부두 저쪽 끝, 다른 배들 사이에 낀 요트 한 척.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크지도 않았고, 새것도 아니었다. 저 배를 타고 삼 주 동안 남태평양을 건넌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반은 그 배를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칠 년이 걸렸다고. 그 말을 할 때 이반의 얼굴에는 다른 어떤 말을 할 때와도 다른 것이 스쳤다. 자기가 만든 것을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부두를 걸어 나오며 애드먼드가 어깨를 툭 쳤다. "됐다. 우리 통가 간다." 그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배 한 척과, 선장 하나와, 삼 개월 뒤의 출항. 그것만으로 두 사람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그날 밤, 피터에게 전화했다. "배 구했어요!" "진짜? 축하해!" "고맙습니다. 피터 덕분이에요." "뭘. 네가 한 거지." "언제 출항이에요?" "3개월 뒤요. 5월." "그럼 그때까지 뭐 할 건데?" "…차 타고 뉴질랜드 한 바퀴 더 돌까 해요. 마지막으로." 피터가 웃었다. "좋아. 시간 맞춰서 와. 내가 팡가레이까지 데려다줄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서 있었다. 3개월 뒤, 5월. 통가. 남태평양. 이름만 들어본 곳들이었다. 5월이 되면 저 배를 타고 뉴질랜드를 떠난다.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섬을, 이 땅을 눈에 담을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