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백년연구소 남태평양 요트세일링 · 원문 그대로
남태평양 요트세일링 · 금요일 연재 · 01화

1화. 출항

푸른 낙타 작 · 연작소설

팡가레이 항구, 오전 10시. 이반의 요트가 돛을 올린다.

5월의 팡가레이 아침은 서늘하다. 남반구는 가을로 들어서고 있다. 물 위로 옅은 안개가 남아 있고, 정박한 다른 배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디젤 냄새와 갯내가 섞인다. 엔진 하나가 낮게 돈다. 이반이 키를 잡고, 로이가 밧줄을 풀고, 애드먼드가 뱃머리에서 매듭을 확인한다. 나는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 손이 자꾸 헛돈다.

돛이 마스트를 타고 올라간다. 이반이 윈치를 감으면 로프가 도르래를 지나며 딱딱 소리를 낸다. 활대가 삐걱이고, 캔버스가 바람을 한 번 물었다 놓는다. "그거 잡아." 이반이 나에게 밧줄 하나를 던진다. 어느 쪽으로 당겨야 하는지 모른다. 그냥 손에 힘을 준다. "아니, 저쪽." 로이가 낮게 일러준다. 세 사람은 손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데, 나만 모른다.

부두에는 배웅하는 사람이 없다. 손을 흔드는 사람도 없다. 강물이 바다 쪽으로 천천히 밀려가고, 요트는 그 물살을 따라 마리나를 빠져나간다. 돛대들의 숲을 지나, 강폭이 넓어지고, 물빛이 초록에서 회색으로 바뀐다. 강어귀가 열리자 배가 처음으로 크게 한 번 기운다. 발을 넓게 벌려 버틴다. 뭍은 아직 양옆에 있지만, 그 폭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35피트. 12미터. 14톤. 7년 동안 이반이 직접 만든 배다. 나무와 유리섬유가 섞인 선체에는 손때가 앉아 있고, 칠이 벗겨진 자리마다 갑판을 긁고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있다. 손바닥으로 난간을 쓸면 나뭇결과 소금이 함께 만져진다. 이반은 그 흠집들을 자랑스러워한다.

"훈장이야. 배가 살아온 증거지."

이 배가 이반의 전 재산이다. 집도 없고 차도 없다. 이 배가 집이고 차다. 부서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사실을 이반은 자주, 여러 번, 다른 말로 되풀이한다. 배를 아끼는 방식이자, 배에 탄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선실 바닥에는 어젯밤 실어 둔 짐이 그대로 있다. 팡가레이에서 사둔 라면 세 박스, 쌀 십 킬로, 통조림 몇 상자. 배가 기울 때마다 통조림 상자 모서리가 벽에 부딪는다. 앞으로 21일, 저 짐이 내 몫의 식량이다. 그렇게 알고 실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뉴질랜드 북쪽, 팡가파라오아. 피터의 집. 히치하이킹으로 며칠을 걷고 얻어 타다 거의 탈진한 채로 그 문을 두드렸다. "왔어?" 피터가 문을 열었다. "…네." "야, 너 왜 그래?" 그가 붙잡아 부축했다. "히치하이킹하면서… 몸이 좀…" "들어와. 씻고 자." 이틀을 죽은 듯이 잤다.

사흘째 아침, 양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다. 반년 전, 라면을 끓이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던 밤과 같은 메뉴였다. 그때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고, 이번엔 완전히 지쳐서 다시 두드렸다. 두 번, 이 집이 나를 받아주었다.

"오늘 팡가레이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거." 피터가 무언가를 들고 왔다. 낚싯대였다. 길고 튼튼한, 손잡이가 두꺼운 것. "이거… 천만원짜리예요." "알아. 내 보물이야." "왜요?" "빌려주는 거야." 그가 웃었다. "배에서 큰 고기 잡아봐." "하지만…" "다시 들고 돌아오라고. 빌려주는 거야." 낚싯대를 손에 쥐여주었다. "꼭 다시 와."

팡가레이 마리나. 강을 따라 돛대가 숲처럼 서 있었다. 그중 하나 앞에서 피터가 걸음을 멈췄다. 이반의 요트였다. "저거야?" "네." "작네." "…네." 그가 어깨를 두드렸다. "조심해." "…네." "그리고 다시 와." "…올게요." 트럭이 부두를 빠져나가는 것을 오래 지켜보았다. 받기만 한 사람과, 준 사람. 그 사이에 낚싯대 하나가 남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배가 떠난다.

선두 선실에는 이반과 애드먼드, 선미 선실에는 로이와 나. 네 남자, 21일간의 항해, 목적지는 통가 바바우.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이름과, 배를 탄 이유의 일부와, 그것뿐이다. 앞으로 3주 동안 이 좁은 배 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손에는 피터가 쥐여준 낚싯대가 들려 있다. 다시 들고 돌아오라던 것. 그 말을 지킬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